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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5.07.19 취향과 나의 위치 2
  4. 2015.05.11 김행숙
  5. 2015.05.11 -
  6. 2015.04.28 유년기
  7. 2015.04.16 밤이 지나간다
  8. 2015.04.08 고스트 월드
  9. 2015.04.05 올리베이라와 서울아트시네마
  10. 2014.12.27 선택

관계

카테고리 없음 2015. 12. 27. 00:52

요 근래의 시간들을 지나오며 관계 맺기에 대해 남는 잔상은 두 가지다. 하나는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 모든게 처음이라는 것. 이전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마주치는 모든게 다 내게 처음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니 그제야 조금은 수긍할 수 있었다. 누구의 잘잘못도 아니고 계속 이렇게 가늠하며 맞춰 나가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그러니 서툴어도 괜찮다. 혹은 괜찮지 않아도 그것도 괜찮다! 저마다 상황에 처해있을 때에 드러나는 행색이나 그것을 대하는 기운이 다르니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안에서 그것을 이해하려면 끊임없이 감수성을 가꿔나가는 수 밖에 없겠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건 이제껏 타인들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할 겨를이라도 있었다면 나 자신 스스로와 맺는 관계에 대해서는 마냥 놓쳐왔다는 것이다. 너무 가까이 있어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못했는데 나도 누군가에게는 어떠한 대상이듯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

 

AND

 모든게 용서가 가능할것만 같은 연말의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어떠한 감정들은 살아남을테고 어떠한 기억들은 그 연말의 풍경에 묻혀 지나가버릴 것이다. 8개월 후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사건 현장의 이미지가 미디어를 통해 중계된다. 더 이상 목말라 할 것도, 갈증을 채울 수도 없는 죽은 몸들이다. 아키카주는 술로 목을 축인뒤 길바닥에서 이를 다시 게워내며 화목한 가정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항상 땀과 피로에 절어있는것만 같은 그에 비해 이 꿈은 좋은 냄새가 날 것만 같은, 갈증과는 거리가 먼 순백의 이미지다. 그런 그에게 형사 아사이는 연민이나 분노, 그 어떤 감정마저도 아깝다는듯 하찮은 비웃음만을 흘리며 조롱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어 마주하게 되는 아키카주의 주변인은 그의 아내이다. 한 때는 그도 누군가에게 애정을 받았거나 주었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잔인한 살인사건이 벌어진 이 혼돈 속에서 대뜸 그의 딸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처음 광고 속 가족의 이미지로 그의 세계를 착각했었기 때문에 실제의 아내를 마주한 우리는 낯선 사실은 낯설어할 것도 없는- 현실에 떨어진다. 그렇지만 엉망으로 보이는 그에 비해 딸인 카나코는 외모도 반듯하고 학교에서도 많은 이들의 동경을 받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 그녀의 방에서 약이 발견되고 아키카주는 자신이 딸을 찾아보겠다고 한다. 그러나 얼굴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딸을 왜 찾겠다는 것일까? 후배나 아내 그 어느 누구에게서도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할 거 같은 그가 이 일로 인정 받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를 두고보고자 한다. 엉망진창인 삶에서 그가 유일하게 판타지를 완성시킬 수 있는 가족의 일부인 카나코. 그것이 과연 꿈에 지나지 않았음을 다시 혹독하게 마주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모든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구원될것만 같은 연말의 풍경에 묻어가게 될 것인지 말이다.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갈증. 이것은 지옥이다. 그렇지만 감독은 이들을 위로할 생각도 없이 조롱하거나 방관한다는 느낌이다. 어떤 때는 무기력하게 추락하는 소년의 이미지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강간당하는 다른 소년의 이미지에 적극 개입한다. 폭력을 다루는데 있어 인물이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카메라와 엉겨붙어 피할데 없이 망가져버리는 것이다.

 영화는 카나코를 중심으로 현재 그를 찾는 아버지와 학교에서 만났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끝이 보이지 않는 구멍으로 떨어진다. 소년의 기억을 다루는 이미지 또한 아키카주가 끝내 완성시키지 못했던 가족에 대한 꿈 속 기억처럼 푸르고 볕 좋은 날들의 모습이다. 비록 소년은 아무도 없는 수면 아래에서만 안전하다는게 함정이지만 말이다. 이 소년에 대한 기억을 다루는 방식은 어느 감정으로도 납득하기가 힘들다. 분명 이지메를 당하고 있는 폭력적인 장면인데 반해 음악은 어느 청춘 영화의 좋은 한 때를 그린듯 모양새를 취하고 카메라의 시선 또한 매우 적극적이다. 그렇지만 상반되는 것들을 충돌시킴으로 여기서 얻어지는 것은 더 잔혹하게 나아가는 서사에 대한 놀라움이 아닌 무례한 연출에 대한 거리감이다. 아무리 극악무도하고 폭력적인 이미지들을 다룬다 할 지라도 연출자의 시선만큼은 인물에게 최소한의 존중을 보여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락에 몰린 인간들의 끝을 철두철미하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라면 이야기는 성공한듯 보이나 인물들의 감정을 다루는데 있어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누구든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카나코는 사람들에 의해 그저 으로만 소비되어버릴뿐이다. 사랑했던 소년의 죽음이 그녀를 구멍으로 빠뜨려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감정의 동선을 가늠해보기에는 현재의 시간에 회상씬으로 난입해버리는 그녀의 이미지들뿐이기에 역부족이다. 그리고 이 이미지들은 복선인지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아키카주나 그의 딸만큼이나 멋대로 종횡무진하며 반복되어진다.

 그가 가족이라는 완전체에 대한 갈증을 채우고자 폭력적으로 아내를 강간하는 장면은 인물들간의 감정이 부딪혀서 진행되는 서사라기보다 그저 대상을 종속시키기 위한 행위 자체로만 비춰진다. 물론 함께 교차되는 장면으로 영화의 후반부에야 설명되는 아내의 외도 현장이 부차적인 설명을 돕는듯하지만 중요한건 여기서 아내의 시점으로 다루어지는 장면은 없다는 것이다. 강간 자체도 불편한데 이를 다루는 카메라의 시선이 인물들에게 있어 편파적이라는 느낌이 불현듯 들었다. 더구나 너도 카나코도 내가 지켜라는 말로 자신의 강간 행위가 사랑이란 감정에 기반한 것이었음을 설득시키고자 하는 것도 모자라 다음으로 이어지는 대사는 쫑알대지 말고 아침밥 지어!이다. 딸을 찾겠답시고 영화 전반을 이끌어나가는 이 인물에게 연민이라는 감정이 아깝다는듯 그를 대했던 후배 동료 아사이의 태도로 일관해야하는 것일까. 최소한의 공감마저 어려운 것은 이 모든 폭력을 다루는데 있어 존중보다 유희가 전면에 있다는 것이다. 연말의 풍경에서 시작되어 마지막에 이르는 장면은 눈밭 어딘가에 묻혀있는지도 모르는 딸의 시체를 찾기 위해 삽질을 시작하는 주인공의 모습이다. 이것은 언뜻 그가 이루고 싶었지만 꿈속에서마저 실패한듯 보였던 순백의 이미지로도 보인다. 엔딩 크래딧과 함께 딘 마틴의 Everybody loves somebody가 흐른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사랑하지요. 채워지지 못한 그리고 앞으로도 채워지기 힘들어보이는 그에게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노래처럼 보인다. 그래도 연말이니 다시 사랑을 얘기해보자는걸까. 글쎄. 연출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감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좀 역부족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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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과 나의 위치

rewind 2015. 7. 19. 00:44
취향 
(趣向) [취ː향] 
[명사]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취향이 비슷하다는 것만으로 내 편이라고 느끼게 되는건 아주 일순간의 착각인거였다. 마음이 혹하는거다. 사실 나이 들수록 겁만 많아져서 매사 조심스런 마음으로 꽁꽁 싸매다가 어느 술자리에서 낯선 이를 만나 나도 모르게 또 어느 순간 입방정을 떨고나면 기분이 싸해진다. 마음이 홀랑 배시시 벗겨졌다가 주책 맞은 마음을 들킨데에 부끄러워져버린다. 이 간극은 나 스스로가 '뭐, 어때'와 같은 대수롭지않은 겉모양새를 취하는 사람인 동시에 속으로는 겹겹이 번민을 끌어안고 있는 예민한 사람이라는 데에서 기인한다. 

 어느 감독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와 내가 동지는 아니다. 좋은(?) 취향 = (내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보 같은 소리지만 한 때는 동지까지는 아닐지언정 취향만으로 그 사람을 다 안다고 생각하던 때가 잠시 있었다. 여기서의 취향은 위 사전적 의미보다는 조금 협소한 음악이나 영화와 같이 누리는 문화 취향에 국한되기도 한다. 물론 누군가가 내가 랜시드를 흥얼거리고 있던 차에 그걸 따라 부른다면 당연히 눈이 반짝반짝하겠지. 취향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왔던데에는 분명히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들과의 만남을 부정하고자 이 얘기를 꺼내든 것은 아니었고 다만 최근 운이 좋게 어느 협업을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내가 곁에 두고 싶어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하는. 공유하는 지점이 겹치는 이들을 떠올리며 한데 모아보았다. 왜 스쳐지나간 많고많은 인연들 중 이들이 지금에 남게 되었을까. 그리고 깨닫는다. 결국 취향이 다가 아닌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로 인해 그들을 두고 있는 것이라는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그것들을 붙들고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길을 잃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거 같다. 영화도 결국에 한낱 반지르르하고 뛰어난 미장센으로 압도한다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에서 '사람'이 엿보이기 마련이다. 대게 보여지고자 만드는 것이니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나의 위치

 내가 먹고 살기 위해 한다는 일들이 차라리 공모전에 입상을 한다던가 어떤 식으로 증명이 되는 것이면 모를까 늘 의구심에 진저리를 친다. 그렇다고 그런 것들이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도리어 피하고자 한다. 암만 누가 '좋아요'를 눈 앞에 갖다주어도 여전히 인정욕구에 목이 마른다. 불충분한 피드백도 피드백이지만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어디에 위치되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테다. '아, 여기 미연씨는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할 때마다 지레 뒷걸음을 치기 마련. 얼마전에는 사진 전문으로 하시는 미연씨라고 소개를 받는 데에서 아, 이거 엄청난 사기를 치게 생겼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영화과에 진학해서도 의레 갖추어야 할 장비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도 엉덩이가 닳도록 영화관에나 늘 쳐박혀있기 마련이었던 내게는 한낮 남의 일들 같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정도로 나는 늘 '전문성'을 습득한다는 데에 낯설어했다. 무엇을 해도 두루두루 할 줄은 알지만 '야매'의 선에 머물뿐이지 그걸로 돈을 벌어 먹는게 창피하고 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 지금에야 할 줄 아는게 그뿐이니 엎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주어지는 일들에 꾸역꾸역 잔기술을 갖다 붙일 뿐인거다. 시간이 묶여있는 직장생활을 청산한지도 1년이 넘었고 그간 운 좋게도 근근이 먹고 살만큼의 빠듯한 돈을 벌었으며 다양한 일을 접할 수 있었다.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채 온전히 스스로가 드러나는 프리랜서야말로 정말 민낯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스스로에게 선언하며 어떻게든 잘해보자라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정말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밤길을 내달려온거 같다. 그리고 조금 정신을 차려 해보고 싶은 것들로 눈을 돌려보니 막상 시간이 주어진만큼 자금이 없다. 매일 밤 이렇게 위태위태하게 균형과 싸우면서 지내겠지.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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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

책갈피 2015. 5. 11. 01:32

뒤돌아서면 절벽처럼 시간이 없어. 당장 화해하자. 당장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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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처럼 너는 다음 칸을 가졌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걸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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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에 몸을 눕히고 기다리세요. 당신한테서 매운 향기가 피어오릅니다. 칼을 들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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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2015. 5. 11. 01:28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되어 볼까 하다가,

뻔뻔한 사람이 되어 볼까 하다가,

개망나니가 되어 볼까 하다가, 내 몸이 사막이 될 때까지,

내 피가 민물이 될 때까지 우는 일이 먼저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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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

암중모색 2015. 4. 28. 01:20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두고 다시 생각을 짚어본다. 선택의 연속으로 사건에 놓이고 그것으로 관계나 가치관을 지켜나가는 방식은 좌지우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온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묻기엔 막상 정해진 답도 없지. 실수는 반복되며 잘못은 당신을 가리킬 수도 있고 혹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는 허공을 향해 있을 수도 있겠다. ㅎ언니는 결국 최초의 선택은 '태어나고자 하는 것'이라 하였고 ㅇ는 돌아가신 신해철님의 말을 빌어 '태어나는 것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삶 자체는 결국 덤으로 얻는 보너스라고 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그리고 더 이상 직장이라는 규율에 매여있지 않게 되면서 '선택'의 연속이라는 굴레에 빠져버렸다. 어느 날은 정신을 잃고 어푸어푸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친구가 옷자락을 손으로 집어 올리더니 여기 물, 무릎까지밖에 안 와하며 구제해주었다. 유유하게 부유하고 싶은데 균형을 잡았다 싶으면 시도 때도 없이 급물살이 밀려온다. (갑자기 <라이프 오브 파이>가 떠오르네.)

 영화 <폭스캐쳐>를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돌보지 않는 이의 최후를 또 한 번 목격한다.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존 뒤퐁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고자하는 이다. 그런 그가 눈에 띈 마크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을 때 이 레슬러는 형에 대한 열등감에서인지 앞뒤도 재보지 않고 한달음에 그의 부름에 응답한다. 영화 전체가 전쟁 게임 혹은 흙탕물에서 뒹구는 동물들을 보는 기분이 들었는데 창 밖으로 멀리서 오는 차를 슬쩍 내려다보며 주시하는 시선이나 매섭게 솟아있는 존의 콧날을 보면 흡사 독수리의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불어난 근육을 스스로도 감당 못해서인지 엉거주춤 걷는 모양새가 영장류를 떠올리는 마크는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거나 낮은 자세를 취하며 눈치를 보기 일쑤. 자신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존은 레슬러 마크에게 쓰여진 연설문을 낭독하게 한다. 그리고는 명사들에게 소개시키길 새 장난감이나 또 하나의 무기를 자랑하듯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고 매번 입으로 상표를 갖다 붙인다. 이 게임의 불운을 예견했던 대목은 존과 어머니가 어린 시절(유년기)에 가지고 놀았던--아마 한 때 굉장히 아꼈을--기차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묻는 장면이다. 아동 박물관에 기증하면 어떻겠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그는 이제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한다. 비단 장난감 하나를 두고서 하는 말뿐만이 아니라 탱크에 총이 없다는 이유로 화를 낸다거나 하는 정황을 미루어 볼 때 그는 모든게 자신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완벽주의자로도 보인다. 연설장으로 가는 헬기 안에서 독수리가 (날 수 없는) 영장류에게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게 만든답시고 악을 쓰며 집착을 부리는 것은 어떠했나.

 그런 그가 마크에게 처음으로 화를 내는 장면에서의 대사는 아마 "you stupid, ape"이었다.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는 말들(horse)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곤 먹고 배설하는 것 뿐이라며 폄하했던 존은 스스로를 조류학자라 칭하는 자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에 비하면 ape, 영장류는 말과 마찬가지로 땅에만 발을 딛는 동물인지라 하찮고 열등한 것에 지나지 않았을 터. 본인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동물을 곱게 못 보는 것이다. 왜소한 체구를 지녔기에 더더욱 상대를 정복하는 모양새인 스포츠 종목에 목을 맸을 지도 모르겠으나 그게 어떻게 또 하필 '레슬링'이란 계기로 흘러갔던 것인지도 궁금하다. (실제 뒤퐁의 이야기를 전해 들어보니 당시 폭스캐쳐 농장에는 레슬러 외에도 수영이라던가 여타 스포츠 종목들의 선수들에게 50여채의 집을 제공했었다고 한다.)

 유년기는 어느 한 때이지만 그것은 살아가는 내내 늘 마음 속을 배회할 것이다. 저마다의 생각을 지켜나가는 방식 또한 끝도 없이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맹신하는 것만큼 두려운 것도 없기에 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기를 소망한다. 감정의 결에 손을 얹어보는거다. 일련의 사건들을 대하고 있는 태도와 감정의 미동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볼 수 있다. 시간은 /  겹겹으로 쌓여있어 / 뒤돌아 볼 수도 있지만 / 기억을 통해 현재의 나와 마주하게 할 수도 / 혹은 / 오지 않은 시간들을  / 어렴풋이  ///// 내다볼 수도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선택은 오롯이 스스로의 몫이겠지만 모두가 건강하게 그렇게 차근차근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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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지나간다

장면채집 2015. 4. 1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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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월드

rewind 2015. 4. 8. 11:29

패턴

 이른 오전 잠시 눈을 떴다가 꿈 속에서 도통 헤어나질 못하고 한참을 침대에 누워있었다. 꿈의 기세에 하도 끌려다녀서인지 잠을 깨고도 피곤함이 가시질 않았다.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잠을 청한지 일주일 정도 되었는데 점점 기상 시간이 늦어진다. 아무렴 좋다. 그러다가 내 최상의(!) 패턴이라 정하길 새벽 4-5시에 자서 12시 정도 일어나는게 알맞는거 같다는 결론에 이르는 중. 그렇지만 사실 계속 이럴참은 아니다. 어떻게든 시간을 운용하지 않으면 몸이 상하는데에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거 같으므로 그렇다. 나만큼 잘 먹는 이도 없다고 자부해왔건만 근래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얼마나 불규칙적으로 끼니를 챙기는지 알아차렸다. 하고 싶은 것들을 부랴부랴 끌어안고 가기 위해서 몸을 돌보기로 또 한 번 다짐한다! 

프랑스에서 온 영화 소식

 그러다 일어나서 핸드폰을 확인하니 작년 여름 만난 샤를렌의 메세지가 한가득 와있었다. 지인을 통해 소개 받았던 프랑스인 친구로 한국 영화를 좋아해 이런 저런 일로 잠시 들렀다가 한차례 만남을 가졌었더란다. 무척 무더운 날이었고 단 몇 시간이었지만 이후 대게 먼저 안부를 전해와준다. 한국말이 워낙 유창했기 때문에 그녀의 품성을 알아차리는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었다. 오늘은 본인의 첫 단편영화 촬영 현장 스틸과 감상을 보내왔다. 스틸 몇 장만 나란히 두고 보아도 좋은 빛과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져 참 좋았다.

스쿠터 못 사면 헬맷만이라도 살까

 저녁에 ㅇ언니를 만난뒤 스쿠터를 얻어(!) 탔다. 바람이 제법 찼지만 그 덩치에 작은 혼다 스쿠터 뒷자리에 몸을 구겨넣어 동대문구 일대를 도는데 참 근사했다. 10여년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세상 천지에 동경하는 모든 것을 차지하던 언니다. 고등학생인 애를 옆에다 데려다놓고 담배를 맛나게 피어대며 술을 사주던 언니. 그리고 이상한 극장에 데려가주었던 언니. 무엇보다도 빨갱이었던 언니.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까불거리지 않았었냐고 묻자 "아니, 너 되게 깍듯했지", "너가 내 사진 프린트해서 수첩에 편지 적어준 것도 있었어. 너 그렇게 아기자기한 애였어"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곤 솔직히 깍듯하진 않았다며 웃는다. 편지 적어준 것은 전혀 기억나질 않는다. 요즘 들어 기억력의 감퇴를 부쩍 느끼는데 결국에 거슬러 남게 되는 것들은 어떤 것들인가 싶네.

 며칠전 친구에게서 들은, 전 직장에서 부당하게 부하직원을 모욕했다던 말도 안되는 사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것이 그 사람에게 어떤 상처로 남게될지를 가늠해보다가 정신이 아찔해졌다. 우리 둘은 내 부모가 어디 가서 그런 대우를 받을까봐 무섭다고 입을 모았다. 늘 염두에 두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다.

우린 왜 항상 속는 기분일까

 항상 속는 것이지만 4월의 봄은 아직 춥다. 언니는 '아닌데. 나 작년 4월에 반팔 입고 다녔는데'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린 왜 항상 계절에 속는 기분일까'. 어제 늦은 오후에 집을 나서는데 옷차림을 제법 여러겹 챙겨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늘한것을 느끼니 작년 영국에 도착했던 날이 생각났다. 소문난 영국의 날씨가 그렇게까지 지독하게 변덕스러울 줄 몰랐던 난 바람막이 하나를 걸치고 갔다가 비바람으로부터 환영 인사를 흠씬 쳐맞았기 때문이다. 도착한 첫 날 시차적응을 못하고 침대 시트에 런닝 반바지와 맨다리를 바스락 바스락 비비며 잠을 설쳤던게 좋았던지라 요즘 그 때 기분을 내보려 전기장판을 켜놓고 일찍이 반바지를 꺼내 입었다. 그리고는 새벽 5시 40분 / 6시 15분 / 6시 30분 / 8시에 연이어 잠에서 깨버렸다. 핸드폰을 머리맡으로부터 멀리 치워야 할 거 같다.

고스트 월드 만세 스티브 부세미 만세

 엄마가 차려준 생일 상을 든든히 먹고나서 간만에 랜시드를 듣고 있으니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들긴다. 우리집에 좀처럼 방문하는 이가 없기로서니-그것도 이른 아침에-순간 겁을 먹고 볼륨을 낮춘다음 내다보니 중년의 여성이 복도 계단에 앉아 성서를 큰 목소리로 낭독하고 계셨다.... 혼자 보기 아까운 광경인데 그러던 중 대학 시절 유일하게 랜시드를 좋아한다는 공통 분모 하나로 친해졌던 선배에게 몇 년만에 잡은 약속과 관련해 연락이 왔다. 여기서 내가 머리를 초록으로 염색하고 바이닐 수집하는 이웃집 아저씨 아니 스티브 부세미랑 자면 완벽하게 고스트 월드인데! 아. 어젠가 며칠전 <고스트 월드>의 작가가 새 작품을 내놓을거라는 소식을 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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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미 뱀파이어의 나이로 들어섰으니 죽어도 안 죽은셈 치자하던 우리의 올리베이라 

 이상한 일이다. 그의 영화만큼이나 이상하다. 비오는 밤 즐겁게 술자리에서 웃음을 흘려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데 또 한 번 거짓말 같은 부고를 접했다. 여전히 기분 좋은 흥에 취해있었는데 마음이 이상했다.

  년전 올리베이라의 영화를 만났을 내게 굉장한 사건이 일어났다는걸 감지했었다. 꽤 오랫동안 지금도, 여전히, 그 영화의 이미지들이 기억 속을 헤집고 다닌다. 이렇게 작년 그의 영화들을 한데 모아 틀어준 서울아트시네마에게 마음의 빚을 지게 된다. 미셸 피콜리 할아버지가 위스키를 연이어 주문하던 것처럼 이따금씩 좋아하는 술을 찾아 마시거나 건배를 할 때에는 노년의 세브린느와 마주 앉아 그랬던 것처럼 그를 두고 초를 켜는 날이 여럿 있게 될 것이다. 그의 죽음은 어느 시대의 죽음이기도 할텐데 이를 두고 어떻게 발화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영화가 환영이라면, 만져지지 않지만 이렇게 생각을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생각에 도달해 결국 손을 바삐 움직여본다. 죽음이라고는 하나 그 뒤에 남겨진 것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마음으로만 그려보게 될 낙원상가 옥상의 허름한 극장에서 그의 영화들을 보았던 기억. 그와 이 곳을 떠난다고는 하지만 우리에게 앞으로 남게될 것들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낙원상가 4층 서울아트시네마 

 ‘이 곳을 어쩌다 간간히 찾아왔더라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어렵지는 않았을까’라는 소용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옥상' 있는 영화관이라니... 다시 생각해봐도 어마어마하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모든게 거대한 신기루였다고 말하게 될지도 모를 일. 아트시네마는 그만큼 내게 이상한 열병같은 곳이다. 아마 17년 째 살고 있는 집을 떠난다해도 지금과 같은 마음만큼 그리울거 같진 않다. 극장에서 상영되었던 수많은 환영들에 사로잡혀 하는 말이겠거니 짐작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지난 20대의 절반은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낙원을 만남의 광장 삼아 친구들을 만났고, 정처없이 헤매이다 겨우 안착해 그 어느 곳에서보다도 숙면을 취했으며 가늠할 수 없는 감정의 요동들을 겪었다. 친구들과 마지막 상영일 날 옥상에 모여들어 마치 초상집 분위기 같다며 깔깔깔 한참을 웃어댔지만 상영 전 극장의 불이 꺼지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여느 때면 맨 앞자리에 앉아 스크린을 눈에 가득 채우고 봤겠지만 그보다도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의 뒷모습을 보며 안도감을 느끼고 싶었다.

 상영이 끝난뒤 마음을 주체할 수 없으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앞섰으나 <로슈포르의 숙녀들>은 어느 때보다도 대책 없이 아름다웠고 진 켈리의 미소 하나로 300여명의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게 취해버렸다. 다행이 초상집보다도 졸업식과 같은 풍경으로 사람들이 너도나도 극장 내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고 옥상에 나와 담배를 피며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을 반겼다. 낮에는 옥상 계단에 앉아 처음 이 곳으로 데려와줬던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책임을 물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지 이 곳에 발을 들이고야 말았겠지만 첫 만남이 언니와 함께였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벌써 그게 8년 전의 일이다.

 해질 무렵의 옥상에 모인 사람들은 난니 모레티 영화의 엔딩 같았고 흐릿한 밤은 아벨 강스의 어느 영화에서 단원들이 마을을 떠나며 손을 흔들어주는 장면의 초월적인 공간 같았다. 김홍준 감독님이 마지막 상영 전 날 말씀하시던게 자꾸 마음에 남는데 어쩌면 10년 이내에 필름으로 영화를 본 경험이 없는 세대가 속출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속수무책으로 가라앉는것 같았지만 옛것을 고집하는 구 세대들의 회포라고만 하기엔 그 날, 그 시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줄 목격자들은 너무도 많다. 한 두명이 아니라서 아마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치열하게 돌아가는 필름 너머로 관객들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채울 것이고, 이 목격담은 언제 어디서건 발 없는 유령처럼 발견될 것이다. 오래 앉아있기에는 허리와 목이 너무 아프고 조금만 여차하여 자세를 뒤틀면 잠에 빠지기 일쑤거나 누군가의 시야를 가렸을지도 모를 그 300석으로부터 떠나와서 말이다. 영원할 것이라 생각했던 이 낙원은 이제 기억에만 남게 되겠지만 우리는 안다. 이 이상한 우정이 계속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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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rewind 2014. 12. 27. 22:36

 친구의 결혼식을 보고 다같이 어렵게 모인 자리를 애-써 뒤로 한채 집으로 돌아왔다. 식을 올리기 며칠 전 청첩장을 주고자 만났던 그녀는 집에 자기보다 큰 냉장고가 오늘 들어왔는데 그걸 앞에 두고 어찌할 바 몰랐더라는 이야기를 조근조근 내뱉었었다. 아직 살림살이가 채 모두 들어오지 않은 그 방에 새하얗고 작은 언니와 냉장고의 모습을 나란히 그려보는데 그게 참 낯설지만 설레고 좋았다. 모두가 입 모아 말했던 것처럼 정말 이 사람만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싶은게 그녀였다. 그녀를 닮아서인지 모여든 친구들 모두가 어여쁜 미소들을 흘려댔고 아침 댓바람부터 몸살 기운에 악몽을 내리 꿨던 것도 잊을 수 있었다. 결혼한 이들이 신랑 신부를 데려다놓고 함께 얘기하는 유부 토크라는 재미난 자리가 있었는데 그 중 한 분의 말이 참 기억에 남는다. '혼자 있고 싶을 때는 혼자 있고 싶은게 당연한거다. 결혼이 좋을 때는 참 좋은 거고.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 말고 편하게 그 흐름을 따라라'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였다. 잘 살고 싶어진다.

 31일이 마감 기한인 일을 마치기 위해서 터덜터덜 뾰루퉁해진 채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만원 전철인 분당선에 몸을 밀어 넣었는데 무리해서 타려고 했던 어느 승객의 손목이 문 사이에 낄뻔 하여 그것을 붙들고 한참을 있었다. 주머니에 넣었던 양손을 빼낼 틈도 없이 그대로 인산인해에 갇혀버렸는데 순간 머릿속으로 이 생각이 지나갔다. '아. 이런게 너무 힘들고 싫어서 직장을 그만둔거였는데...' 그런데 여전히 어려움은 지속된다. 운이 좋게도 일거리는 끊이지 않고 들어오지만 생활의 균형을 잡는데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이 균형은 줄곧 위태위태할 것이다. 그치만 분명 좋은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것을 감수하는 것일테지. 지금 이 시간에는 집에 돌아가 일을 해야겠지만 이를테면 오후 3-4시 사이에 해지는 시각 길을 걸을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누리고 있지 않나. 나이 들어가며 알겠지만 모든걸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없다. 다만 내 스스로 선택을 함으로 최대한의 군말들을 아낄 뿐이다. 

선택인 것을 진짜 믿을 수 있게 되면 괜한 짓이 줄어들고, 지금에 감사하게 되고, 그러면 가깝고 편하고 아름다운 것들에 집중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요즘 이 말만치 내게 확신을 가져다주는 것도 없다. 물론 믿기까지 군말들은 여전히 다닥다닥 달라붙는다만.

만원 지하철에 기가 모두 빨려나가기 직전 내릴 준비를 하며 왼쪽 문으로 몸의 방향을 틀었는데 등쪽으로 누군가의 손길을 느껴졌다. 어느 아주머니가 "내릴거에요?"라고 물으며 몸을 들이미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네. 그런데 만지지 말아주세요"라고 굉장히 힘없지만 분명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나도 깜짝 놀랐고 아주머니도 놀란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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