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아트시네마 | 2 ARTICLE FOUND

  1. 2013.02.08 황야의 7인, 존 스터지스
  2. 2012.09.03 결혼




커다란 스크린을 온통 헤집고 다니던 미후네 도시로의 엄청난 존재감을 상기시키보면 <7인의 사무라이>의 리메이크작인 <황야의 7인>은 나에게 밋밋하기 그지 없는 서부극에 지나지 않았다. 비교를 떠나 무엇보다 내게 석연치 않은 부분은 두 가지 정도가 가장 큰데 하나는 제임스 코번 같은 배우를 데려다 놓고도 그의 눈빛 하나 (혹은 아우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 <석양의 무법자>에서 흰 콧수염 아래로 이빨 까던 (치아라 표기해야 맞지만 어감상 이게 더 와닿는다.) 그의 눈부신 미소가 여기선 그 어떤 마스크의 스펙타클도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먼저 그가 등장했던 칼 던지는 장면에서 모자 아래 숨긴 시선 옆으로 모래 바람 한 줌 쓸고 지나갔더라면 이 섭섭한 마음이 덜하였을까. 

그리고 나는 마을의 지도자라는 사람이 등장한 두 씬 (기억이 맞다면)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첫번째는 마을 농부들이 약탈자들을 두고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조언을 구하러 갔을 때. 명색이 지도자라하는 이가 던지는 말이 단지 총을 사라니. 약탈은 이미 마을 전체의 일상을 뒤흔들만큼 큰 영향력과 위협을 가하고 있는 도중이었다. 그런데 지도자라는 이가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이라곤 고민해온 흔적이 전혀 보이질 않는 것. 총기를 구매함으로 그에 뒤따를 어떤 위험들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는 듯 그냥 말을 툭툭 내뱉고는 마지막에서 "Famers always win"이라고 했나 여튼 그 말을 장식하는데 와 부화가 치밀었다. 겉모습만으론 인자한 멕시칸 현자 같이 코스프레하고선 어쩜 오늘날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들과 그리도 닮았는지..  그런 모습을 무게감 없이 그냥 지나쳐 버리는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감독이 눈 앞에 있다면 따지고 싶었다. 농부들이 조언을 구하러 갔을 때의 장면만큼은 정말 왜 그러셨느냐고!

그나저나 Clash는 설마 정령 여기서 노래의 제목을 따온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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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rewind 2012. 9. 3. 02:24

 내가 태어난지 7개월 되었을 당시 엄마와 나에겐 이웃이 있었다. 잦은 출장으로 아빠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셨기 때문에 아직 만삭 상태였던 그 이웃을 비롯해 이후 다른 새댁들과 엄마는 꽤 절친한 친구 사이로 오랜 시간을 보내셨다. 지금이야 다들 사는 곳도 다르고 바빠 연락을 많이 못하지만 자녀들이 또래의 나이였던데다 동네가 같았던 만큼 인근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고, 아마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만 하여도 망년회를 함께 여시는 등 대부분의 시간들을 함께 보냈던걸로 기억한다. 나는 그 어머니들을 자연스레 이모라 부르며 자랐고, 키도 훤칠하니 음식을 가리지 않는 내게 이모들은 밥상 앞에서 본인의 자녀가 채워주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 만족하시곤 하였다. 때문에 "많이 먹어", "우리 미연이는 어쩜 그리 복스럽게 먹니"라는 말이 늘 끊이지 않았고 지금의 넉넉한 식성은 아무래도 그 때로부터 기인한 듯 하다. 지금 이 글을 끄적이게 된 것은 엄마로부터 전해 들은 한 이모의 자녀 그러니까 나의 초등학교 동창의 소식을 듣고서다. 7개월 이상 차이로 늦게 태어난 아이는 줄곧 나를 언니라 부르며 지내다가 빠른 년도생으로 함께 국민학교에 입학했었다. 그러더니 대뜸 어느 날부터 이모의 말대로 친구 먹으라며 "야"라고 부르기 시작해 내가 기분이 못내 상해있던 것이 중학생 때까지도 계속 되었었다. 그런 친구가 7살 많은 남자친구로부터 청혼 비스무리한 것을 제안 받은 모양이다. 친구의 어머니인 이모는 엄마를 붙들고 이 늦은 새벽까지 속상한 마음을 털어 놓으셨다 한다.

 오늘 낮 아트시네마에서 영화를 본 뒤 지인과 '결혼'에 대해 잠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장건재 감독의 <잠 못드는 밤, 2012>이었는데 그녀는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며 누군가와의 동행하는 삶을 꿈꾸고 싶다 하였고 나는 오히려 그렇지 못할 것만 같다는 반응이었다. 부부 2년 차에 아이를 가질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현수(김수현)와 주희(김주령)는 함께 자전거도 타고 별을 보는 등 함께 나란히 놓여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이 느껴지는 이들이다. 특히 주희 역을 맡으신 배우의 나긋나긋한 음성과 애정 어린 표정이 가져다 주는 느낌이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러나 각자의 무의식이 담긴 꿈 속에서 이따금 불안이 스며 나오는데 여기서만큼은 사소한 다툼 한 번 없었던 그들에게 말 한마디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서로를 향해 달려들다 못해 조여온다. 롱테이크로 보여지는 이 장면에서 두 배우의 호흡이 너무도 놀라웠는데 때문에 더 옴싹달싹 못하고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맞닥뜨린 기분이었다. 사실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가늠하지 못하는 것이 특히 가족과의 감정이다. 하물며 부부란 오랜 시간을 각자 다른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자라 온 이들인데 이것이 울타리 안에 놓여 버리니 얼마나 많은 것들이 깎이고 떨어져 나가며 또 보태지겠는가. (뭐 다른 경우들도 있을테지만 내가 그리는 결혼의 이미지 안에서는) 근래 돐을 막 지나온 사촌 언니네의 조카 딸을 보노라면 어림조차 되지 않는 누군가와의 삶이 기대되는 면도 한 편 물론 있다. 아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디엔가 자라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치만 모르겠다. 모를 수 밖에 없다. 내년 봄 즈음 졸업하는 동시에 그 친구의 청첩장을 받게 되면 난 기분이 어떨까. 운동화는 안되겠지. 그 생각부터 먼저 드네.

 아. 지금 또 생각이 났는데 오늘 카톡으로 좋아하는 언니의 청첩장을 받았다. 지난 여름 즈음부터 하여 간간이 이 커플의 모습을 지켜봐온 나로서는 마음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마냥 마음이 예쁘고 맑아 보이는 언니여서 그리고 배우자가 되실 분도 무척 좋아보이셔서 부럽다. 그 날은 좋아하는 이들로 북적북적거리며 모두들 한탕 거나하게 취해있을 것이다. 영화 촬영 도중이라 마음 한 구석은 붕 떠 있을테지만 가을에 이런 피로연이라니. 아, 또 사람 일은 모르는 건가. 아, 가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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