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 시네마테크에서 오늘 6일부터 토요일인 8일까지 '서울복지필름페스티발(http://swff.tistory.com)'이 열린다. 영화 한 편당 티켓이 2천원으로 이는 모두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용산 참사 부상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쓰인다고 한다. 사실 오늘 개봉 이래 관람을 미루어 온, 영화제의 개막작이기도 했던 <두개의 문, 2011>을 보았다. 우연히도 참사가 일어났던 당시 2009년 1월 나는 용산에 출근을 하고 있었다. 휴학을 한뒤 고등학교 때부터 활동해온 청소년 언론사에서 취재 기자로 사무실에 나가기 시작한지 한 달 즈음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고가 일어난 용산 남일당은 그 사무실로부터 약 2, 3블럭 떨어진 근방에 위치해있었다. 다음날 무슨 일이 닥칠 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그 날 남일당 건물 일대에 전경들이 모여들고 있으며 누군가 돌을 던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중대 병원 앞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면 바로 그 건물로 가는 골목이 보였지만 길목에는 돌맹이가 군데군데 있었고 사람들의 통행을 제한하는 듯 했다. 무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지만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건지 사건의 발단을 알 방도가 없었다. 그러다 철거민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다음날 아침 출근하는 길 그 곳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얘길 들었다. 엄청난 무기력함에 휩싸였다.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이자 형제가 하루 아침 사이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나버린 것이다. 영화에서의 진술들에 따르면 사건 당일 저녁까지도 시신들의 행방은 물론 신원까지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아마 구타의 흔적이나 여러가지를 신속히 은폐하기 위해 경찰 쪽에서 시신들을 각기 다른 병원의 영안실들로 빼돌렸을 거라는 것.

  <두 개의 문>이 개봉함과 동시에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지인들에게 관람을 권유하였지만 막상 나는 기억의 저편 뒤로 숨어 있었다. 그 날의 먹먹함과 공포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 무언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내 안에서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비로소 오늘에야 그 날을 다시 마주하고 나니 오히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단단해진 기분이다. 보는 내내 너무 화가 나 이를 악 물고 눈물을 참았는데 가장 무서웠던 것은 불길에 휩싸인 망루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동료가 죽은 것이 '농성자들' 때문이라고 말하는 경찰 특공대원의 한 마디였다.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이지 자신에게는 그 어떤 상황에 대한 이해와 본능적인 생명 위협에조차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하나같이 입 모아 말하는 이들. 철거민 유가족들을 변호하는 이마저도 일개 대원이 진압을 유보해야 하지 않느냐고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이에게 말하는 것이 쉽게 허용되지 않는, 소통의 구조적 문제가 특공대 내부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공권력이라 자행되는 모든 폭력의 시발점이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곤봉으로 두들겨 패고는 '아무도 죽지 않았다며' '성공적인 진압을 했다'고 말했던 계급 높은 이들. 무엇이 그들을 약자들 위에 군림해도 된다고 말하는지 너무도 화가 나고 무섭다. 가장 인간으로서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먹고 사는 문제' 앞에 우리가 왜 목숨을 담보로 내놓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이를 무기력함에 젖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마주 보는 것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다. 12월 대선 때까지 영화 <두개의 문>을 극장과 공동체 상영 그리고 IPTV를 통해 지속적으로 상영할 예정이라 하는데 더욱 많은 이들이 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애써 마음을 다독이지만 아직 부단히 갈 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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