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영화

rewind 2012. 8. 23. 02:07


 동네 카페에서 자리를 잡아 졸업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내가 있던 구역이 마감할 시간이 되었다고 하여 주문대 앞으로 자리를 옮겨왔는데 갑자기 누군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초,중학교를 함께 나온 한 때는 둘도 없는 사이라 생각했던 친구다. 굉장히 반가워하는 기색에 나 예뻐지지 않았냐며 여기서 무엇 하느냐고 묻는 그 아이. 그 때처럼 여전히 당차고 거침 없는 말투를 지녔다. 멋쩍은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나는 그대로지?"라고 물으니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는 이어 "살이 너무 많이 쪘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하자 작가냐며 묻는다. "어, 아니 아직 학생이야. 졸업 영화 준비해." 대뜸 양 손으로 하이 파이브를 청하더니 열심히 하란다. 그리고는 언제 한 번 같이 밥을 먹자며. 지나 온  '관계'를 두고 이전 같지 않은 마음과 상황들에 대해 시나리오를 쓰고 있던 참이었다. 그 때의 시각과 장소의 타이밍도 참 기가 막히지. 마치 내가 키보드로 적어 나가던 글에서 튀어나온 상황 같음에 쓴 웃음을 흘렸다. 아마 그 친구와 난 함께 밥을 먹을 일이 없을 테지. 카페 안을 온통 너털웃음으로 채우던 그 친구는 그렇게 오빠들 무리와 함께 기척 없이 사라지고 없다. 밴드 Gong의 노래들을 2시간 반째 반복해서 듣고 있다.  김밥 한 줄로 저녁을 떼워 그런지 허한 속을 음악이 채워주고 있는 기분이다.

2012년 8월 23일 새벽 2시


- 오늘은 2학기 수강 신청을 했다. 이렇게 여름방학도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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