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부산

rewind 2012. 8. 12. 16:17



 부유하고 있는 기억들을 붙잡으려 단어와 낱말을 더듬고 있다. 그러나 결국 잡히지 않을 것이고 애써 헛되지 않은 것이라 날 위로할거다.

 문득 깨닫았다. 지금 나는 여기 혼자 오롯이 존재하고 있음을. 앞과 위로 손을 뻗어 보면 기억과 사람들의 뿌리가 있다. 언제든 지켜줄테지. <알마이에르의 광기>를 보며 흙에 묻혀 있어야 할 뿌리가 홍수로 인해 수면 밖에 떠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댓썸머>와 <집시>도 그랬다. 그런데 연약한 그들을 스크린 너머에 두고 나는 세상의 모든 온기가 내게로 다가옴을 느꼈다. 물론 한차례 진통도 있었다.

 그러나 이만치 온 감각이 곤두선 것이 얼마만이던가. 시야가 맑으며 응집된 기분. 모든 것을 바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사랑의 확신'. 이 확신의 기원은 아마 2번째인가 3번째 날 본 영화에서 빌려온 것인데 그를 맞닥뜨리는 순간 직감했다. 한낮 착각이라도 무척 살아있는 이 느낌이 좋다. 지나온 기억들을 유희하며 혼자 자위할 망정 이게 청춘이구나 싶네. 한반도를 가로 지르고 있다.

2011년 10월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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