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당

rewind 2013. 1. 13. 02:14

 요즘 들어 새삼 사람은 '존중' 없이는 살아갈 수 없구나란 생각을 많이 한다. 워낙 사람 편의에 맞게 변해가는 세상인데다 얼굴보다도 핸드폰과 대화하는 시간이 더 잦은 것이 이제는 익숙한 풍경.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난다 해도 멀찌감치 떨어져 보면 체감 할 수 있는 무게와 온도는 제각기 모두 너무 다르다.

이런 고민들로 나날을 보내고 있던지라 누군가에게는 응당 기본적인 예의이자 방식인 것이 오늘처럼 때때로 큰 힘이 되어준다.

낮에 수민오빠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내가 오빠와 친구들의 공연을 촬영했던 영상을 본인의 밴드 페이지에 업로드해도 괜찮겠느냐며 동의와 의사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새삼 상대가 누구건간에 예를 다하는 오빠의 태도에 놀랐던 예전의 경험이 재차 상기. 그리고는 이어 나에게 비디오 업로드와 함께 무슨 호칭으로 기재되고 싶느냐고 물었다. 어떻게 보면 '명명'이다. 잠시 머뭇거리긴 하였지만 앞으론 감독이란 이름으로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싶으니 그렇게 적어달라 하였다. 그리고 집에 와 다시 생각에 잠겼는데 헤아려 보니 '학생'이란 이름으로 지내온 시간들이 인생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리고 머지않아 한 달 뒤에 있을 '졸업'이란 걸 거치고 나면 어떤 의미에서 나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니게 될런지도 모른다. 어떤 유난일 수도 있겠지만 꽁꽁 얼어붙은 겨울의 한가운데이니 다음 봄이 오기 전까지는 이렇게라도 몸과 생각을 으스스 떨 수 밖에 없겠다. 일종의 이런 기로에 있어 나는 무엇으로 불리우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해본다. 사실 그 유난을 내려다 놓고 보면 기로란 것은 매일 매 순간 내가 헤쳐나가는 일상의 연속이다. 스무살 초반엔 어딘가에 소속되거나 무엇으로 규정되고 싶지 않다며 나름의 발버둥을 쳤던 거 같은데 불안은 돌고 돌아 어떤 모습으로든 함께 동행한다. 다만 존중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이를테면 오늘과 같은 일련의 일들로부터. 이런 친구들을 곁에 두고 있는 한, 발 내딛는 곳곳에 행운이 도사릴 것이 틀림 없다. 오늘 하루 웃음을 쏟아 내준 경민에게도 감사를. 사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질질 녹아 내려 어느 순간 굉장히 쑥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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