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책갈피 2014. 5. 29. 23:43



밥 주는 길고양이에게도 이름을 안 붙여주는데 상근하던 당시 내가 처음으로 이름 지어줬던 '우주'. 한 쪽 눈이 우주처럼 유리 구슬 같이 예뻤고 항상 자기를 안으라며 짖는 모습이 여느 개와는 조금 남달랐던 아이. 우리 모두는 우주가 '본인이 원하는 것은 꼭 쟁취하고야 마는 자주적인 성격'이라고들 입을 모았다. 그냥 떼쓰는 것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 안아주지 않고 지긋이 바라보면 우주는 눈을 빤히 맞추고 짖기를 멈추곤 했다. 그 눈빛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데 어디서 어떤 풍파를 겪으며 살아왔을 지는 몰라도 항상 좋지만은 않은 냄새로 피부병을 앓았던 그녀를 누구든 보면 안아줄 수 밖에 없었다. 참 사랑 받으며 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얼마 전 좋은 가정으로 입양을 가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고 한다. 간만에 놀러온 사무실에서 찍은 위 사진. 눈에 띄게 좋아진 모습에 동료가 이런 힘으로 살아간다며 인스타그램에 코멘트를 남기었다.

이름을 붙여준다는 건 이미 내 마음이 하릴없이 상대를 향할 수 밖에 없는 것인지라 주저해왔는데 '우주'야 네 이름을 불러보고 싶네.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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