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트시네마에서 있었던 '작가를 만나다'에서 <논픽션 다이어리>를 두고 이용철 평론가와 정윤석 감독이 얘기하는 자리를 가졌다. 운이 좋게도 친구 따라 서촌 갔다가 작년에 개봉 전 이 영화를 보았었는데 1년이 지난뒤 내게 남은 어렴풋한 기억은 연출자의 '집요함'이었다. 우리가 그런 시대를 '통과'해왔다는 사실을 배치해준 이미지들에 의해 깨닫을 수 있었고, 지금 발 딛고 있는 현실은 어디인가를 가늠해보게 한 것은 사실 오늘의 시네토크를 통해서였다.

 이야기는 영화가 개봉하게 된 시기에 세월호 참사 이후의 여파가 끼친 영향에 대한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같은 여름에 흥행한 <명량>이 한 영웅을 앞세워 결국엔 모두를 '수장시키고 마는' 일종의 슬래셔 무비라고 짚어 얘기하며 한국 사회의 피로감이 해소되는 방식으로 연결지어 얘기하는데 이 부분이 굉장히 슬프고 무서웠다. 나는 이 어마어마한 참사를 어떻게 껴안고 가야 할 지 사실은 아직 자신이 없지만 감독이 전해준 어느 관객의 리뷰에 대한 마음과 나도 같다고 말하고 싶다. 아트시네마 몇 년을 다니고도 시네토크를 녹음해본 것은 또 처음인데 그 대목을 옮겨보자면 :

"한국에서 산다는 것은 망각하지 않고서는 살기 어려운 세상이에요. 그 죽음이 중요한 의미이고 용산이나 세월호는 정말 잊어서는 안되는 것인데 이 영화가 자기가 살기 위해서 잊고 있었던 (리뷰를 쓴 관객 친구 분의) 죽음을 어느 한 순간에 일깨운다는 그 사실이 감사했고, 그 사람한테 그런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는 기능적인 역할을 해서 뿌듯했어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되살려온다는 것. 그의 이야기를 통해 나 또한 그 불편함을 다시 끄집어낼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에 마음의 빚을 지는 기분이었다. 굉장히 고마웠고 시네토크 내내 차분하면서도 분명한 그의 목소리에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이야기가 어느 구조를 갖고 있다기보다는 패치워크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관객의 인상에 대해 답하길 "이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내러티브가 강화되면 될수록 선과 악의 구도로 갈 수 밖에 없어요. 관객들이 몇 년 후에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을 때 시선이 가게 되는 부분이 달랐으면 했고요. 저에겐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을 볼 때마다 눈이 가는 인물들이 다르거든요."

"현대 예술가들이 다른 건 다 포기할 수 있어요. 토렌트에 내 영화 다 풀리고 돈 하나도 못 벌어도 상관없는데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이야기의 권력을 자기가 독점한다는 거거든요. 한국에서 스릴러 영화가 유행하는 데엔 이유가 있어요. 사회적인 폭력성말고도."

 그의 꿋꿋한 목소리를 들으며 '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용철 샘이 <논픽션 다이어리>가 개봉 당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더 나아가 대기업들이 소히 말하는 '다양성 영화'라고 일컫는 사업의 졸렬함에 대해 시원하게 말씀해주신 것도 매우 좋았다.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화를 내고 계셨지만 정말 이와 같은 영화가 잘되길 바랐으면 하는 그 진심 어린 마음이 너무도 잘 드러났기에 그 모습에 또 뭉클. 감독님이 본인의 '첫 영화 상영'에 대한 기억-그것도 서울아트시네마에서-과 마지막 촬영 날 지존파의 무덤에 찾아가 비석에 손을 얹었던 경험에 대해 공유해주신 것 또한 무척 감사했다. 더불어 나는 여름에 파리에서 좋아하는 감독들의 묘를 찾아가며 비석에 손을 얹었던, '만져질듯한 감정들'에 대한 기억을 함께 떠올렸다. 이 분의 행보를 어떤 식으로든 항상 응원하고 싶다!

'책갈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행숙  (0) 2015.05.11
-  (0) 2015.05.11
나의 판타지  (0) 2014.08.10
우주  (0) 2014.05.29
틸다 스윈튼의 충만함  (0) 2014.03.11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