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들) 되기

rewind 2014. 9. 21. 03:04

<관계 (들) 되기>

안무 : 장홍석 퍼포머 : 장홍석, 이재은 드라마트루그 : 정명주 사운드디자인 : 안준서

 관계라는 것은 노련해질래야 노련해질 수 없다. 마모되거나 혹은 확장되거나 모양새는 가지 각각이다. 지난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2014에서 '소호호뱀' 공연'을 통해 <관계 (들) 되기>를 보았을 당시 6살 무렵에 보았던 어느 클레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근 2주가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 제목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는데 바로 <패트와 매트>다. 둘은 언뜻 보기에 노련한듯 제법 모양새를 갖춰가며 항상 함께 무언가를 만들곤 하지만 이내 실패하고 망설일 새도 없이 다시 '도전'을 한다. 그 어떤 표정의 미동도 없이 무언으로 '꾸준하고 착실하게' 일을 해나가지만 거기에는 협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드라마가 있다.

 <관계 (들) 되기>의 시작은 흡사 애니메이션 같다. 핀볼 게임이나 어느 기계의 부속물과 같이 두 퍼포머가 정확한 액션들을 취하며 공간을 점유해나간다. 사운드의 어느 부분에서는 1980년대 스즈키 세이준을 비롯해 여러 일본 영화에서 종종 쓰이던 비파와 같은 현악기가 컷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장면에 '킥'을 던진다고나 할까. (특히 나는 <지고이네르바이젠>에서 맹인 셋이 바닷가에서 벌이던 퍼포먼스를 가장 좋아라한다.)

조명이 점멸될 때마다 이전에 위치해있던 둘의 모습은 무대 위에 잔상으로 남겨지며 또 다른 관계(혹은 이전의 관계에서의 연장)가 어느 곳에서 시작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모양새의 성질이 달라진다. 때로는 마치 밀가루처럼 둘 사이의 위태위태한 점성이 발생하는가 하면 이내 일련의 행동이 수면처럼 퍼져나가거나 무게가 전이되기도 한다. 그저 신체의 물질화라고만 보기엔 여기에서도 어떤 드라마가 발생한다. 그 드라마를 지탱하는 것은 우리들 관계의 '리듬감'이다. 어긋난 리듬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한 신체가 안정된 공간 내에서 이탈했을 때, 말 그대로 튕겨져 나갔을 때 둘은 표정으로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이 관계의 균형은 깨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항상 입으로 털어 먹고 사는, 특히나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대사'로 상황을 이어나가는 내게 이런 '몸짓'들만으로 감정이 드러나는 작업은 어떤 황홀감을 안겨다 준다. 이후 한예종에서 한 차례 더 있었던 공연은 공간 뿐 아니라 조명이 달라졌고 때때로 어린 아이의 울음 섞인 투정이 추임새처럼 함께 들어갔다. <관계(들)되기>는 너도 나도 모두 다른 리듬과 온도를 근사한 모양새로 패턴화시킨 작품이다.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2014, 소호호뱀 : 관계(들)되기 : 

http://www.seoulfringefestival.net/load.asp?subPage=210.view&search_gubun=&orb=&search_section=&search_category=&search_idx=991


패트와 매트 : http://youtu.be/YS3Mt_5w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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