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만 하여도 삶이 엉망진창으로 뒹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면들은 썩 괜찮아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에 일 순간 "아 인생은 재난이야. life is a disaster."라고 뱉어내버렸다. 진작에 처리했으면 무탈할 것을 어리석게 미루고 미뤄오다가 구구절절 토를 다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그 고인 염증이 이제 터져버린 것인데 불과 며칠 전만 하여도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꿋꿋이 다짐을 했었다. 왜냐면 좋아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여전히 9 to 6 출근을 하지 않는 삶에 짜릿함을 느끼면서 매일 밤 잠들기 전 하루 하루를 선명하게 각인시키며 내일을 기대했다. 누구 말처럼 내가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때가 나를 기다리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수면이 조금 잦아들 때까지 기다린 것이 이 모양새를 초래했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기는 너무 힘드니까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고 타협을 해야한다고 나 자신 그리고 모든 사회와 약속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지껏 주춤거리고 있는 걸 발견하니 정말 내동댕이치고 싶어지다가도 끝내 어르고 어를 수 있는 것마저 스스로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매일 아침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기 위해 서울을 횡단한다. 2호선을 갈아타는 왕십리 역사 안 자판기에서는 데자와 밀크티가 800원이지만 같은 역사 내 5호선 방향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는 이 제품이 1,200원에 판매된다. 그렇지만 내가 하차하는 상수역 내 편의점에서는 11월 한 달동안 1+1 덤을 껴주는 행사에 1,200원 프로모션을 하는 지라 늘 아침마다 1시간 가량 목마름을 감수한채 동전을 매만지기도 했다. 어제 알아차린 바로는 환승하는 합정역 2호선 앞 자판기에서는 900원이라는 생소한 가격에 데자와를 판매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은 몇 푼 더 아껴보겠다고 빈 손으로 출근을 했다. 그리고 넌 그걸 마실 자격도 없어라며 정말 엉망이군, 엉망이야.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다. 청소기를 돌리기 전 거실에 있는 데이브라는 분에게 "I am sorry that i have to make some nosie"라며 양해를 구하는데. 돌아오는 답변이 나를 붙들고 흔들었다. "As much as you like!".

...

그 한 마디의 에너지가 보란듯 나를 움직이게 만들고 모든 재난을 거꾸로 뒤집어 놓았다. 그래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하루가 오지. 그건 아마 기회일 것이다. 다시 제대로 할 수 있을 기회. 회복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처럼 행운을 만나면서 다시 제 갈 길을 찾는다. 그 갈 길이라는게 정해진 건 없어도 네가 재미있고 정말 좋다면! 그래. 얼마든지!라는 거다. 늘 모자란 나는 좋아하는 이들과 좋아하는 영화, 이미지, 이야기, 공간 많은 것들에 항상 빚을 지고 가는 마음이다.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안간힘 쓰되 내려놓을 때는 내려놓을 줄 아는 현명하고도 너무 무르지는 않지만 또 너무 단단하지도 않은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bless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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