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나의 위치

rewind 2015. 7. 19. 00:44
취향 
(趣向) [취ː향] 
[명사]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취향이 비슷하다는 것만으로 내 편이라고 느끼게 되는건 아주 일순간의 착각인거였다. 마음이 혹하는거다. 사실 나이 들수록 겁만 많아져서 매사 조심스런 마음으로 꽁꽁 싸매다가 어느 술자리에서 낯선 이를 만나 나도 모르게 또 어느 순간 입방정을 떨고나면 기분이 싸해진다. 마음이 홀랑 배시시 벗겨졌다가 주책 맞은 마음을 들킨데에 부끄러워져버린다. 이 간극은 나 스스로가 '뭐, 어때'와 같은 대수롭지않은 겉모양새를 취하는 사람인 동시에 속으로는 겹겹이 번민을 끌어안고 있는 예민한 사람이라는 데에서 기인한다. 

 어느 감독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와 내가 동지는 아니다. 좋은(?) 취향 = (내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보 같은 소리지만 한 때는 동지까지는 아닐지언정 취향만으로 그 사람을 다 안다고 생각하던 때가 잠시 있었다. 여기서의 취향은 위 사전적 의미보다는 조금 협소한 음악이나 영화와 같이 누리는 문화 취향에 국한되기도 한다. 물론 누군가가 내가 랜시드를 흥얼거리고 있던 차에 그걸 따라 부른다면 당연히 눈이 반짝반짝하겠지. 취향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왔던데에는 분명히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들과의 만남을 부정하고자 이 얘기를 꺼내든 것은 아니었고 다만 최근 운이 좋게 어느 협업을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내가 곁에 두고 싶어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하는. 공유하는 지점이 겹치는 이들을 떠올리며 한데 모아보았다. 왜 스쳐지나간 많고많은 인연들 중 이들이 지금에 남게 되었을까. 그리고 깨닫는다. 결국 취향이 다가 아닌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로 인해 그들을 두고 있는 것이라는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그것들을 붙들고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길을 잃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거 같다. 영화도 결국에 한낱 반지르르하고 뛰어난 미장센으로 압도한다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에서 '사람'이 엿보이기 마련이다. 대게 보여지고자 만드는 것이니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나의 위치

 내가 먹고 살기 위해 한다는 일들이 차라리 공모전에 입상을 한다던가 어떤 식으로 증명이 되는 것이면 모를까 늘 의구심에 진저리를 친다. 그렇다고 그런 것들이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도리어 피하고자 한다. 암만 누가 '좋아요'를 눈 앞에 갖다주어도 여전히 인정욕구에 목이 마른다. 불충분한 피드백도 피드백이지만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어디에 위치되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테다. '아, 여기 미연씨는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할 때마다 지레 뒷걸음을 치기 마련. 얼마전에는 사진 전문으로 하시는 미연씨라고 소개를 받는 데에서 아, 이거 엄청난 사기를 치게 생겼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영화과에 진학해서도 의레 갖추어야 할 장비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도 엉덩이가 닳도록 영화관에나 늘 쳐박혀있기 마련이었던 내게는 한낮 남의 일들 같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정도로 나는 늘 '전문성'을 습득한다는 데에 낯설어했다. 무엇을 해도 두루두루 할 줄은 알지만 '야매'의 선에 머물뿐이지 그걸로 돈을 벌어 먹는게 창피하고 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 지금에야 할 줄 아는게 그뿐이니 엎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주어지는 일들에 꾸역꾸역 잔기술을 갖다 붙일 뿐인거다. 시간이 묶여있는 직장생활을 청산한지도 1년이 넘었고 그간 운 좋게도 근근이 먹고 살만큼의 빠듯한 돈을 벌었으며 다양한 일을 접할 수 있었다.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채 온전히 스스로가 드러나는 프리랜서야말로 정말 민낯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스스로에게 선언하며 어떻게든 잘해보자라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정말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밤길을 내달려온거 같다. 그리고 조금 정신을 차려 해보고 싶은 것들로 눈을 돌려보니 막상 시간이 주어진만큼 자금이 없다. 매일 밤 이렇게 위태위태하게 균형과 싸우면서 지내겠지.


중략

'rewi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흔들리는 물결  (0) 2016.11.15
<캐롤>에서 좋았던 것들 (좋았던 연출자의 선택들)  (0) 2016.02.13
고스트 월드  (0) 2015.04.08
선택  (0) 2014.12.27
As much as you like! (부제: 데자와 밀크티의 비밀)  (0) 2014.12.10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