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의 통화

rewind 2014. 5. 28. 05:20
오늘은 근 3주만에 2G 폰을 쓰는 부모와 전화 통화를 했다. 어김없이 길가 공중 전화에서 낯설고도 익은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손 쓸 새 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 부모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침착하였고 그 비싼 선글라스를 잃어버렸다고 하니 중요한 거 아닌거면 괜찮다고 나를 위로했다. 아니 그거 엄청 비싼 거였는데 중요한게 아니라고 그리 나를 감싸주다니.. 눈물이 막 더 나려고 해서 엄마에게 대략의 필요한(!) 말들을 쏟아내고 무뚝뚝한 정내미가 넘치는 아비와는 더 이상 말을 잇지도 못했다. 그리고 시뻘거진 얼굴로 루브르에서 헤쀼블리크로 미친듯이 쏘다니다가 종말을 구경 나온 듯한 관람객들이 점령한 카페들을 뒤로 한 채 한적한 곳에 마침내 몸을 밀어 넣었다. 30유로 가까이를 맥주에 진을 마시다가 이거 안되겠다 싶어 모노프리에 가 런던 드라이 진을 한 병 샀다. 입구를 지키던 무서운 엉아가 오더니 찬장에서 꺼내준다. 막 쏟아내고 싶은데 여전히 아무일 없는 냥 보통의 평균적인 끼니와 생활을 이어나가야 한다. 큰 일은 아니지만 부모와 쉽사리 연락하지 못하고 지내는 삶이 평생에 처음인지라 조금은 마음이 격해진다. 엄마 얼굴만 떠올려도 눈물이 나는 촌년인지라 부은 눈으로 또 남은 시간 술을 댓병 들이켜 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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