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K'S BEAN (잭스빈)

책갈피 2013. 4. 12. 02:25

 페스코가 된지도 사흘 전으로 딱 일년이 되었다. 점점 내가 먹는 것에 신경을 기울이고 집에서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니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관심이 간다. 명절 때마다 더 준비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생선 한 마리에 온갖 전을 다 바리바리 챙겨주는 외숙모로부터 그런 마음씨를 처음 배운 거 같다. (물론 엄마가 끓여주시는 미역국이나 아빠가 무쳐주는 달래의 맛이야 말할 것 없지만 어릴 때는 그 모든게 당연하게 느껴졌음으로) 그리고 둘째로는 우렁 각시 같은 지혜언니. 요리를 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과 정성을 머릿속으로 그리게 만들어준 이다. 일로 바쁘신 부모님 때문에 집에서 무언가를 챙겨 먹어봤자 지난 겨울 내내 세 달동안 끓여 먹었던 3분용 카레와 햇반 한 트럭이 전부. 몇 년째 부어 마신 술에 늘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위가 최악의 상태에 달하고 체질이 바뀌면서 살이 너무 쪄버리자 '음식'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 불과 몇 달만의 일이다. 좋은 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인터넷으로 검색하던 중 알게 된 잭스빈의 팔라펠! (JACK'S BEAN FALAPEL)

 지혜언니와 지난해 즈음  영화 <생선 쿠스쿠스>에 나오는 '쿠스쿠스'가 그리 맛있어 보인다며 찾아간 이태원의 어느 중동 식당에서 팔라펠을 처음 먹어 본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크게 즐겨 먹고 싶을 정도의 매혹은 못 느꼈었으니... 잭스빈에 호기심이 생겼던 것은 사장님이신 부부께서 해외 여행 중 먹어 본 팔라펠의 맛을 잊지 못해 가게를 운영하는 인연으로 이어졌다는 얘기에서였다. 사진을 통해 본 가게의 정경 또한 정갈한 멋이 느껴졌고 음식도 음식이지만 어떤 분들이 이런 가게를 운영하시는 걸까란 마음이 동하였다. 그렇게 처음 친구와 찾아갔을 때에 잘 차려진 음식의 모습이 신기하고 맛나니까 탄성을 마구 마구 질러댔다. 주문을 받는 대로 음식을 준비하시니 또띠아는 매우 따뜻하였고 팔라펠도 이전에 먹어본 것과 달리 매우 바삭하고 속이 꽉 찬 모양새였다. 또띠아를 손으로 찢고 후무스를 발라 포크로 으깬 팔라펠을 얹어 소스를 찍어 먹었다. 입에 넣기까지 손의 움직임이 제법 많으니 음미할 시간도 충분하였다. 그리고 이후로 오늘까지 두 차례 친구들을 동행해 데려갔다. 팔라펠이 생소한 것도 있었겠지만 너무 맵지도 짜지도 달지도 않고 기분 좋은 배부름이 있는 음식이라 소개하였더니 다들 궁금해하는 눈치. 무엇보다 작은 아버지어머니네 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매우 좋으신 분들이 상냥하게 맞이해주셔서 자꾸만 찾게 되는 곳이라 얘기하였다. (실제 작은 아버지어머니댁에 찾아뵙는 일이 없지만.. 내 이상적인 작은 아버지어머니 상을 그려 볼 때 그렇다는 것.) 보통 갈 때마다 세트 C (팔라펠과 샐러드 + 또띠아 2장 + 후무스가 함께 나온다. 잭스빈의 거의 모든 음식은 병아리콩이 주 원재료!)만 시키거나 샌드위치를 추가하는 정도였는데 오늘은 항상 궁금해했던 병아리콩 채소수프(해장에 그리 좋다며)를 함께 주문했다. 시원하고 깔끔한 매콤함이 좋았고 무엇보다 팔라펠과 또띠아를 싸 먹은 뒤 수프를 한 입 떠먹으니 그야말로 환상 조합. 게다가 오늘은 친구가 생일 선물을 건네주는 걸 들으시고는 팔라펠 샐러드 사이즈를 업그레이드 해주셨다! 이렇게 좋은 마음씨를 지니신 분들이니 분명 행운이 늘 깃드리라 믿으며 내 비록 파.워. 블로거는 아니지만 혹 검색 중에 타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다면 필히 방문해보시길!

가는 길은 >>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세븐 스프링즈 건물 안 쪽으로 난 골목

을 지나 

코코 브루니 카페를 지나 

건너에 보이는 세븐 일레븐 골목을 들어가면

5분 정도 직진 도보하였을 때 세븐 일레븐이 하나 더 나온다.

거기 골목! (지하철역 출구에서 가게까지 대략 10-15분 정도 걸림)

잭스빈 메뉴 소개 : http://blog.naver.com/cyrus505?Redirect=Log&logNo=11016205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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