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유일하게 죄의식 느끼지 않고 사치를 부리던 곳이 있었으니 향음악사 오프라인 매장이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앨범을 4개씩 산 뒤 며칠간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떼우기가 일쑤였다.

폐점(..) 하루 전에야 갔더니 이미 내 선에서 알만한 앨범은 거의 빠져있었다. 저스틴 비버와 이브 몽땅, 동방신기만을 발견하고 절망했다가 1시간동안 허리와 목을 꺾어가며 빈 칸에 흐트러진 음반들을 훑어보았다. 평소에도 찾는 앨범을 바로 묻지 않고 매장 내 음악을 들으며 내가 기어코 찾아내고야 마는 세월아네월아의 시간을 즐겼었다. 오늘은 매장 내에 검정치마, 3호선 버터플라이, 산울림 등의 익숙한 노래들이 나오는데 바닥에 앉아 캔맥주라도 까야할 것만 같았다.

몇 년전 매장에서 Greatful Dead의 음악을 처음 듣고 너무 충격 먹었었다. 때마침 매장 한 켠에 6-7만원 가량의 박스세트가 전시되어있었고 반 년동안 갈 때마다 '곧 데려갈게'라는 눈빛을 보내며 돌아서곤 했었다. 결국 못 샀다.

오늘 이른 오후 조그만 공간에는 15-20명 가량의 사람으로 가득 차 기이한(!) 풍경들을 연출했다. 서로 한 섹션을 다 봤다 싶으면 매끈한 제스쳐로 자리 이동을 하고 부딪힐 가능성들을 줄여나갔다. 쭈그려 앉아있다가 일어나거나 고개를 돌릴땐 사방을 살펴봐야만 했다.

향뮤직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신촌을 찾을 일이 없었던 나로서는 오늘 맘이 너무 공허하다. 그래도 온라인 및 개인 주문은 계속 하실 거라 하니 조금은 안심되지만 왜 이런 조그만, 최소한의 공간조차도 버티는게 힘들어지는건지 모르겠다.

+ 같은 앨범을 동시에 집다가 이상형과 눈맞아 향음악사 옆 베스킨에서 아이스크림이나 먹고 갈래요?하는 환상과도 빠이빠이다. 언젠가 이름도 모를 어느 누추한 레코드샵에서 알바생이 내가 들어서는 순간 펄프나 킹크스를 틀으며 '어디있다 이제 나타난거니'하는 눈빛을 보내주길 바랄 뿐이다. 환상은 환상대로 아름다우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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