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가 온 도시를 채우고 구름들은 서둘러 몸을 옮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부딪히고 메아리가 되어 내 주변을 온통 감싸고 있는 듯 했다. 신촌에서 이대로 넘어가는 횡단보도 앞, 구름 떼를 발견하고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불이 다시 한 번 바뀌었을 때 딛고 있던 발을 떼는데 순간 이대로 세상 어느 끝에 이르러 낭떠러지와 같은 곳으로 말려 들어가도, 혹은 내가 산산조각이 나도 전혀 이상할 거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가까운 두려움은 아니었지만 마치 다른 너머로 이미 가 있는, 또 다른 내가 그 짐을 안고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듯 했다. 가장 이상했던 7월 30일 여름밤 아침 7시 14분


동이 틀 때까지 술을 이빠이 마시는 날은 세상이 요동치는 기분이다. 이 날 조르주 들뢰르의 새 소리나는 음악을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거짓말처럼 비둘기들이 춤을 추었다. 사진은 그 전 날 오후 종로 낙원상가 옥상으로부터.

'rewi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개의 문, 2011> 그리고 서울복지필름페스티발  (0) 2012.09.07
결혼  (0) 2012.09.03
영화 속 영화  (5) 2012.08.23
2011년 10월 부산  (0) 2012.08.12
중앙 극장  (4) 2012.08.11
AND


- 이름 전에 오는 게 뭐지?

- 성

- 아니, 호명하기 전에 말야. 이름 부르기 전에 말이야.

- 나도 몰라.

-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

- 내가 당신하고 뭐하고 있나



- 그걸 뭐라 하죠? 한쪽엔 죄인이…

- 다른 쪽엔 무고한 이들이

- 전 모릅니다. 아가씨.

- 생각해봐, 바보야

- 전 몰라요, 아가씨

- 모든 걸 잃었을 때 그래도 날은 밝아 오고

- 우린 아직 숨쉬는 것 말야

- "여명"이라고 하죠, 아가씨.


AND

2011년 10월 부산

rewind 2012. 8. 12. 16:17



 부유하고 있는 기억들을 붙잡으려 단어와 낱말을 더듬고 있다. 그러나 결국 잡히지 않을 것이고 애써 헛되지 않은 것이라 날 위로할거다.

 문득 깨닫았다. 지금 나는 여기 혼자 오롯이 존재하고 있음을. 앞과 위로 손을 뻗어 보면 기억과 사람들의 뿌리가 있다. 언제든 지켜줄테지. <알마이에르의 광기>를 보며 흙에 묻혀 있어야 할 뿌리가 홍수로 인해 수면 밖에 떠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댓썸머>와 <집시>도 그랬다. 그런데 연약한 그들을 스크린 너머에 두고 나는 세상의 모든 온기가 내게로 다가옴을 느꼈다. 물론 한차례 진통도 있었다.

 그러나 이만치 온 감각이 곤두선 것이 얼마만이던가. 시야가 맑으며 응집된 기분. 모든 것을 바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사랑의 확신'. 이 확신의 기원은 아마 2번째인가 3번째 날 본 영화에서 빌려온 것인데 그를 맞닥뜨리는 순간 직감했다. 한낮 착각이라도 무척 살아있는 이 느낌이 좋다. 지나온 기억들을 유희하며 혼자 자위할 망정 이게 청춘이구나 싶네. 한반도를 가로 지르고 있다.

2011년 10월 부산

'rewi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개의 문, 2011> 그리고 서울복지필름페스티발  (0) 2012.09.07
결혼  (0) 2012.09.03
영화 속 영화  (5) 2012.08.23
가장 이상했던 여름밤 아침  (0) 2012.08.16
중앙 극장  (4) 2012.08.11
AND